상장폐지된 주식은 한국거래소가 "이 주식은 우리 시장에서 거래하기엔 너무 불안하고 수상하니 더이상 거래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에요. 주식 투자에 첫 발을 내딛으려는 사회초년생에게는 오싹한 얘기가 될 수 있겠네요.
어떤 종목이 불안하고 수상할지 모르겠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산 주식을 사고팔수 없게 된다니요.
하지만 공부하고 나면 너무 무서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상장 폐지된 종목을 살펴보고 상폐의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볼게요.

상장폐지 되면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주식이 없어지나요?
한국거래소에서는 기업심사위원회나 상장적격성실질심사 등을 통해 기업의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정리매매' 기간을 부여합니다. 주식거래를 완전 종료하기 전 마지막으로 거래할 기회를 주는 것이죠. 그러나 하루 최대 30%의 등락폭을 둔 일반 시장과 달리 정리매매 종목은 가격 제한폭이 없답니다. 그야말로 가격이 무한대로 떨어질 수 있는 것이죠.
대부분 상장폐지를 앞둔 회사의 청산 가치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정리매매 기간이라도 주주들이 이익을 볼 가능성은 극히 낮지요. '휴지조각' 이라는 비유적 표현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에요.
정리매매 기간에 팔지 못했다고 주식이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상장폐지란 시장퇴출이에요. 한국거래소에서 "우리 시장에서는 더이상 거래 불가능"이라는 것이죠. 부도가 아닌 이상 회사가 없어지는 건 아니에요.
이 경우 장외주식으로 분류돼 개인간 거래는 가능해요.

'상폐'의 역사, 어떤 주식들이 상장폐지 됐을까?
[1990년대] 코스닥 시장의 등장... 부실기업 속출
회사명
|
상폐 사유
|
영성제강
|
부도
|
한국대야진공
|
부도
|
한국종합철관
|
최종부도 당좌거래정지
|
유산실업
|
주식분산기준 미달
|
자유건설
|
주식분산기준 미달
|
1995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영성제강은 제일은행 부전동지점에 돌아온 2억3000만원의 어음을 지불하지 못해 부도가 났어요. 철강업계는 많은 기업들이 생산과 판매 등 협력관계로 맞물려 있기 때문에 한 곳이 도산할 경우 많은 영향을 미친답니다. 이 당시에도 한국대야진공, 한국종합철관을 비롯 많은 철강회사가 부도로 도산했어요.
지급능력을 상실해 줄줄이 돌아온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유산실업과 자유건설은 주식분산기준 미달 사유로 상장폐지 됐어요. 일정 부분 소액주주들이 거래할 수 있도록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이 있어야 하는데 대주주 지분이 지나치게 많았기 때문이지요.
중소·벤처시장인 코스닥 시장은 지난 1996년 설립됐어요. 설립 초기에는 수많은 기업들이 우후죽순 들어오다 보니 지속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부실 기업이 속속 발생했어요. 매년 적자만 나는 부도 직전의 회사를 시장에서 계속 거래하게 두면 안 되잖아요. 그리고 아무래도 시장이 초기 단계라 주식 분산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들도 많았죠.
분산 기준이란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한 소액주주 지분이에요. 아무리 우량한 회사라도 창업주가 "내 회사야"라며 지분을 90% 들고 있다면 소액주주들이 구입할 수 있는 물량은 시장에서 유통되는 10%에 불과하겠죠. 이 경우 적은 돈으로도 주가를 크게 움직일 수 있어 시장 교란의 우려가 커요. 이 때문에 거래소에서는 일정 부분 소액주주들에게 거래될 수 있도록 유통물량을 정해 놓고 있어요. 1990년대 코스닥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시장 '상장'에 대한 스터디가 덜 된 기업들이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1999~2010년] 코스닥 강타한 '닷컴버블'
회사명
|
상폐 사유
|
골드뱅크
|
2회 연속 50% 이상 자본 잠식
감사의견 거절
|
비전하이테크
|
기업 계속성과 경영 투명성을 고려
상폐 결정
|
중앙바이오텍
|
자본전액잠식
|
테크메이트
|
최종부도
|
지에스엔텍
|
최종부도
|
골드뱅크는 1997년 인포뱅크라는 이름으로 설립, 4월 골드뱅크로 이름을 바꿨어요. 첫 거래일 개장 시초가가 800원이었지만 상장 이듬해인 1999년 16일 연속 상한가를 치는 등 3만 700원까지 치솟았답니다. 불과 8개월 만에 무려 3700% 이상 급등했으니 정말 '골드 뱅크' 라 할 수 있겠네요.그러나 기대만큼의 실적이 나오지 않자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어요.
회사 이름도 그랜드포트, 룩소네이트, 블루멈 등으로 계속 바뀌었답니다. 결국 2009년 9월4일, 블루멈으로 이름이 바뀐 골드뱅크는 50% 이상 자본잠식, 감사의견 거절 등 사유로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됐어요.
비전하이테크는 슈퍼개미 '비초'가 세운 회사로 유명한 곳이었어요. 그러나 결국 부정거래혐의와 시세조정 등에 관여, 일명 '작전' 종목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한국거래소에서 기업계속성과 경영투명성을 고려, 상장폐지가 결정됐답니다.
기업들의 경영악화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친 2000년대에도 이어졌는데요. 중앙바이오텍과 테크메이트, 지에스엔텍은
모두 '벤처 붐'에 힘입어 창업했다가 대출금을 상환할 능력이 없어 부도가 났어요.
밀레니엄을 앞두고 1995~2000년에 걸쳐 인터넷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폭등하는 일명 '닷컴버블', 'IT버블' 이 있었지요.
새천년을 앞둔 1990년 말, 세계는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장밋빛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 있었답니다.
인터넷·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벤처기업들이 속속 등장했어요. 이들에 힘입어 코스닥 시장도 펄펄 끓어올랐는데요. "인터넷으로 광고를 보면 현금을 준다" 는 독특한 사업모델을 내세운 골드뱅크가 상장
1년 만에 시가총액이 50배 뛰어오른데 이어 '무료 인터넷 전화' 사업을 영위하던 새롬기술이 상장 6개월 만에 무려 150배 가까이 폭등하는 등 그야말로 투기의 현장이었답니다.
특히 한 영화배우가 새롬기술에 투자해 100억원대 평가차익을 올렸다는 '대박' 소문이 퍼지면서 코스닥 투자의 위상은 날로 높아졌어요.

그러나 수많은 투자자들이 벼락부자를 꿈꾸며 소위 '묻지마 투자'에 몰두하는 동안 점점 붕괴의 전조는 시작되고 있었어요. 많은 벤처기업들은 높은 주가를 이용해 주식을 새로 찍어내고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새로운 회사들을 인수했어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기업들이 1999년 한 해 동안 신규 상장과 유상증자로 벌어들인 돈은 5조 원이 훌쩍 넘었습니다. 코스닥 상장기업 108개사, 다시 말해 무려 전체 상장사 4곳 중 1곳이 새 주식을 발행하는 유상 증자를 진행했다고 하니 이미 코스닥 시장의 거대한 '폭탄 돌리기'는 시작된 셈이었죠.
2000년 들어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됐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어요. 여전히 대부분의 IT기업들은 적자였고 기업 가치 대비 부풀려진 주가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하고 있었죠. 결국 코스닥 지수는 2000년 4월 11.4% 폭락했어요. 버블 붕괴가 시작된거죠.
이 과정에서 일부 벤처기업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도 드러났어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0~2010년에 걸쳐 ‘회계위반’을 저질러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을 받은 기업은 총 167개에 달해요. 기업의 계속성, 경영의 투명성 또는 기타 코스닥시장의 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폐지를 결정한 것이지요. 이밖에 부도 기업은 53개, 자본전액잠식 기업은 95개인 것으로 나타났어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5년까지 코스닥에서 상장 폐지된 기업의 약 80%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 시기에 상장되었다고 해요.

[2010년~현재] 강화되는 회계감사.. 의견거절 늘어
회사명
|
상폐 사유
|
차이나하오란
|
분기보고서 미제출
|
완리
|
감사의견 거절
|
성융광전투자
|
감사의견 거절
|
에프티이앤이
|
감사의견 거절
|
지디
|
감사의견 거절
|
지난 2010년 2월 상장한 차이나하오란은 폐지 재활용을 주 사업으로 영위하는 중국 기업이에요. 그런데 17개 폐지회수센터 가운데 16개 센터의 업무가 중지됐지만 이 사실을 3개월이나 늑장 공시하면서 상장적격성 심사 대상이 됐지요.
중국 타일 전문업체인 완리는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증시에서 퇴출됐어요. 기업의 재무적인 정보가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성융광전투자와 에프티이앤이, 지디 모두 감사의견 거절 사유로 상장이 폐지됐어요.
코스닥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점차 상장폐지 사유도 간결해졌어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0년 이후로 코스닥 기업들의 상장폐지 사유는 감사의견거절에 따른 곳이 81곳으로 나타났답니다. 감사의견이란 기업이 재무제표를 투명하고 성실하게 작성했는지, 어딘가 자금을 빼돌려 은닉하지는 않았는지 일종의 '감시인' 역할을 하는 것이에요.
기업들은 매년, 혹은 매 분기 작성한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회계법인에 '감사의견'을 받아야 하죠. 만약 회계법인이 "내가 살펴봤는데, 좀 그렇더라? 나는 이거 보증할 수 없어"라며 감사의견 거절을 준다면 거래소에서는 상장폐지 심사에 들어가게 돼요. 몇 백 개나 되는 모든 기업들을 거래소에서 하나하나 살펴볼 수 없으니까 외부 회계법인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죠.
눈에 띄는 것은 2010년대 이후 외국, 특히 중국 기업들의 국내 상장이 늘어났다는 점이에요. 한국 시장이 점차 커지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몰려오자 중국 기업들도 우리나라 거래소에 상장을 했답니다. 그러나 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국내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은 모두 23개(코스피 4개, 코스닥 19개)였는데
이 중 6개는 감사의견 거절이나 시가총액 미달 등 사유로 경영부실이 드러나 상장폐지 됐어요. 4개 기업 역시 스스로 상장폐지를 결정했지요. 이런 상황에서 '윙입푸드'라는 중국 기업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상장했을 때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번지던 차이나포비아도 이 때문이에요.
육가공 제조업체 윙입푸드는 외국기업입니다. 모든 중국 기업이 부실하지는 않겠지만 앞서 상장한 기업들이 좋지 않은 선례를 보여줬기 때문에 투자심리를 많이 위축시킨 사례죠.

삼성전자 갤럭시 Z 폴드3 5G 자급제 공기계
COUPANG
www.coupang.com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몇년 전 핫이슈로 떠올랐던 종목들도 살펴보고 갈까요? 바로 국민밥솥 '쿠첸'과 레모나로 유명한 '경남제약', 관절염 치료제인 인보사로 바이오 대장주가 된 '코오롱티슈진'이랍니다.
먼저 쿠첸은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했어요. "넌 거래자격이 없어!" 라고 한국거래소가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모회사인 부방과 합병하면서 상장폐지한 사례예요. 이 경우 쿠첸의 주주들은 부방 주식을 일정 비율로 교환해 가지거나 공개매수를 통해 처분할 수 있어요. 공개매수 가격은 대부분 최근 시장가를 반영해 산정되기 때문에 매도시에도 큰 손실은 없어요.
기업 가치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운영상 결정이기 때문이지요.
경남제약과 코오롱티슈진은 조금 얘기가 달라요. 레모나로 유명한 경남제약은 매출액과 매출채권을 과대계상하는 분식회계 혐의로 한국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답니다. 장사가 잘 되는지 모르겠지만 수상한 회계처리와 투명하지 못한 경영으로 더이상 시장에서 거래되기엔 건전하지 못한 종목으로 본 것이죠.
코오롱티슈진은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인보사'에 문제가 생기면서 상장폐지가 논의됐었어요. 예를 들어보죠.
아주아주 맛있기로 유명한 찐빵집이 있었는데 글쎄 앙꼬에 문제가 있었다지 뭐예요? 앙꼬 뺀 빵만 팔 순 없으니 향후 영업이 불가능하겠죠? 코오롱티슈진 역시 마찬가지예요.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인보사가 성분 은폐와 조작 논란에 휩싸이면서 향후 영업이 불투명해진 것이지요. 이 경우 기업의 계속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거래소에서 향후 상장 유지를 결정하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진행해요. 현재 코오롱티슈진은 위기를 넘기고 계속 거래중인 상황이에요.

역사에서 배운다! 상장폐지의 교훈
앞서 살펴본 것처럼 상장폐지 사유는 다양합니다. 한국거래소가 투자자보호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상장폐지 기업도 크게 늘어났어요. 투자자들은 "내 돈이 휴지조각이 되다니" 하면서 관을 들고 갓을 쓰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었죠.
이미 시장에서 퇴출된 기업들은 다시 원래대로 가치를 인정받기가 어려워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상장폐지 우려가 없는 우량한 주식을 골라 매수해야 합니다.
'부자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5년 3월 24일 시간외 상한가 종목 (2) | 2025.03.25 |
---|---|
초전도체 테마주 폭락 (0) | 2023.08.08 |
배당주의 모든 것 (1) | 2023.07.29 |
직장인 N잡러 시대, 나에게 맞는 N잡은? (2) | 2023.07.27 |
2차 전지 관련주 7/26 장 마감 후 현황, 2차전지 테마주 (0) | 2023.07.26 |